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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KF-22
2005. 11. 10. 11:27
사냥
토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그리고 급하게 무엇인가를 따라가는 듯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다같은 소리, 다만 강약과 속도의 차이만 다를 뿐이다
발자국 소리도 총 소리도 개 짖는 소리도 새가 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소리만이 들리는 소리의 숲이다
거리를 잴 수도 없고, 수數를 헤아릴 수도 없다
환한 대낮 평온하기만 하다
밤이 되어도 휘황한 불빛 그 거리일 뿐이다
사람들 표정마다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표정이
한가롭기만 하다
누구도 좇는 이도 쫓기는 이도 없이 일상은
기상을 따라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세상은 무선無線인양 보이지 않는 손들 속에 들어있다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들이
보이는 곳에서 벌겋게 이루어지고 있다
두 손안에 있는 자판이 움직일 때마다
동공은 무엇인가를 따라가고 있다
동공의 변화에 따라 소리는 질주를 한다
그곳에서 세상은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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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스토리문학 2005년 11월호 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