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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기도를 한다

KF-22 2005. 10. 21. 13:25

가을에는 기도를 한다

 


詩 김대응

 


가을에는 기도를 한다
땀흘리며 달려온 세월의 열매를 기대하며
한 알의 열매라도 잃어버리지 않기를 소망하며
가슴 두근거리는 거두미 때를 기다린다
행여, 무슨 일이 생겨 열매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가 염려되고
일기 예보에 없던 강풍이 불까 걱정이 되고
햇볕이 뜨거워야 하는데 구름이 많이 낀 날이면
마음에 근심도 함께 드리워 진다

 

가을에는 기도를 한다
땀흘리며 달려온 세월의 열매를 거두게 되는 것도
한 알의 열매를 잃어버리지 않고 수확하게 되는 것도
가슴에 두근거리는 기도의 간절함을 하게 되는 것도
행여,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손실이 적기를 바람이며
갑작스런 불친절한 소나기라도 비켜가기를
일기 예보보다 몸으로 오는 찌뿌듯한 예감이 맞기를
구름 낀 날이 많아도 어쩌다 햇볕이 쨍한 날이라도
마음에 소원을 이루는 것은 때를 따른 부지런함이리라

 

가을에는 기도를 한다
햇볕이 한 시라도 더욱 쨍하게 멈추어 서있을 때
부지런히 끌어 모아 바람과 햇볕과 손길을 태우는 것이리라
가을 기도는 그래서 더욱 간절하다
간절한 기도가 가을을 익혀간다
올 가을에는 더욱 열매가 빨갛기를
기도의 열기로 아직 덜 익은 추수할 것들이
무르익게 하여 주소서